영원 은선리 백제고분 고려때 재사용 한 듯

지난해 산사태에 노출된 고분 1기서 고려청자 4점 발견

2009-03-04     정읍시사

최근 정읍 영원면 은선리 백제고분에서 고려청자가 발견돼 학계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백제 고분에서 시대를 달리하는 유물이 발견된 것은 드문 일로 정읍시는 (재)전북문화재연구원(원장 최옥환)에 의뢰해 실시한 은선리 석실분 1기에 대한 발굴 조사결과 고려청자상감운학문 발 등 4점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은 고려청자상감운학문 발, 청자접시 각각 1점과 청자대접 2점 등 총 4점이 출토됐고, 전형적인 백제 돌방무덤에서 고려청자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정확한 규명이 진행 중이다.

우선 당일 정읍 영원면 은선리 고분을 지난 8월부터 수습조사해 온 전북문화재연구원(원장 최옥환)은 자문위원회의를 열고 ‘석실의 평면형태와 축조방법 등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백제 횡혈식 석실의 축조방법을 따르고 있지만 석실내부에서 청자 4점이 출토돼 고려시대에 축조된 횡혈식석실분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노출된 1기의 백제고분에서 다른 시대의 유물이 출토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백제 고분양식의 전통을 고려시대에 사용했을 가능성과 ▲백제인들이 사용한 것을 그대로 고려시대 사람들이 재사용한 두가지 가능성을 두고 논의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묘를 재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점에 착안, 이 경우 백제 때의 무덤을 고려 때 다시 활용한 것 같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8월 이곳에 산사태가 나 산이 붕괴하면서 생긴 절벽에서 이 고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형은 백제 무덤이었으나 무덤방은 전.후.좌.우 외에도 바닥과 천장까지 판돌을 이용해 쌓았지만 전면에는 외부로 통하는 문을 별도로 마련한 이른바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이었다.

이제까지 고려시대 고분으로는 아직까지 횡혈식석실이 조사된 바가 없어 이번에 조사된 고분으로 인해 향후 고려시대 석실분과의 비교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읍시와 문화재 당국은 이곳에서 발굴된 고려청자의 보존방향에 대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당국은 우선 ▲발굴 현장을 원상복구해 그대로 보존하는 방안, ▲탐방객이 관람토록 현장을 정비하는 방안, ▲부전동 문화광장에 추진하고 있는 정읍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하는 방안을 두고 문화재청과 협의하고 있다.

정읍 영원 은선리 고분은 2005년 지표조사를 실시한 결과 천태산 무재봉 서쪽 능선 경사면 끝자락에 위치해 석실은 지하에 축조됐고, 평면형태는 장방형 단면으로 방형에 가깝고, 석실의 규모는 길이 253㎝ 너비 140㎝ 높이 140㎝으로 잘 다듬은 판석을 이용했다.

유물은 석실 바닥에 약간 뜬 상태로 출토됐고, 장벽인 서벽쪽에 3점과 동벽과 북벽이 만나는 모서리부분에 1점 등 모두 4점이 출토됐다.

하지만 조사과정에 내부 퇴적토에서 자기편들이 더 수습된 것으로 보아 원래는 보다 많은 유물이 부장됐던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