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농민들 정읍IC 나들목서 시위, 경찰에 원천봉쇄

쌀협상비준안 결국 국회 가결, 농민들 허탈

2005-11-25     정읍시사
“쌀 협상 비준안을 반대한다”며 최근 농민들의 수많은 목소리가 울려 펴졌던 시청 앞 시위, 쌀 협상 8적 화형식, 나락 천만석 적재시위, 김원기 국회의원후원회사무실 점거농성, 촛불집회, 고속도로점거 상경시위 등 쌀 협상 국회비준을 막아내고자 펼쳐졌던 수많은 농민들의 시도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국회에서 쌀협상비준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 23일 오후 1시경 시청 앞에 트랙터와 트럭 등 50여대의 농기계를 몰고 집결했던 농민 400여명은 이후 정읍IC 나들목 부근으로 이동해 상경시위를 목적으로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진압경찰 6개 중대 700여명의 병력과 덤프트럭 2대를 이용 고속도진입로 자체를 가로 막고 성난 농민들과 대치했다.

톨게이트 진입로가 가로 막히자 농민들은 정읍농민회 임만수 사무국장의 지휘로 경찰의 저지선을 뚫어 보고자 트랙터와 인력을 동원해 덤프트럭을 끌어 당겼고 틈이 발생해 저지선의 위협을 느껴 뛰어나오던 경찰과 곳곳에서 강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밀고 나오려던 경찰을 막기 위해 트랙터를 이용 가지고 온 볏짚을 쌓아 불태우는 등 이날 쌀협상비준안을 반대하던 농민들의 몸부림이 점점 격화일로(激化一路)로 치달았다.

그러나 결국 오후 3시 반경 국회에서 299명의 국회의원 중 223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39표, 반대 61표, 기권 23표로 쌀협상비준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성난 농심은 극심한 허탈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농민들 중 일부가 걸어서라도 서울상경을 하겠다며 대치장소를 비껴 논바닥을 통해 고속도로 오르려 했으나 이마저도 경찰에 막혀 무산됐고 농민들은 서울이 바라다 보이는 들판에 마른풀을 태우며 허탈해 했다.

이후 농민들은 자진해산한 뒤 저녁 6시 반경 시청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간헐적인 시위를 계속했고 일단 이날의 농민시위는 여기서 마무리됐으며 시청 앞 천막농성과, 김원기 국회의원후원회사무실 점거농성 등도 해제됐다.

한편 전국농민회에서는 쌀협상 국회비준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향후 정권퇴진운동까지 펼쳐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도 이에 대해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 쌀협상 비준안 통과는?

국내 쌀 시장 보호를 위한 쌀 관세화 유예를 올해부터 오는 2014년까지 10년간 추가로 연장되게 된다.

대신 기준연도(88∼90년) 쌀 평균 소비량의 4%(2004년 기준)인 한국의 쌀 의무수입물량은 올해(약 22만5천t)부터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7.96%(40만8천700t)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그동안 가공용으로만 공급하던 수입쌀의 밥쌀용 시판이 내년부터 허용되며, 그 물량도 올해 의무수입물량의 10%에서 오는 2010년까지 30%로 확대 된다

한편 김원기 국회의장은 비준동의안 통과 이후 모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불가피하게 비준안을 통과시켰으나 마음은 괴롭다”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불가피한 입장 때문에 이 길을 택했다”고 이해를 구하며 만반의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