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노무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며

2009-05-28     장기철 민주당 정읍시위원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혜성처럼 나타났을 때가 그 유명한 5공 청문회때다.

부산 촌뜨기 초선 의원이 일약 전 국민에게 찡한 감동을 준 청문회 스타가 된 것이다.

서릿발 같은 논리적 추궁과 인권변호사로 활약하면서 만들어진 투쟁성으로 꼿꼿한 독재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국회의원 명패를 집어던지는 등 거침없이 몰아 부친 것이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이때부터 우리 국민들은 노무현 이름 석자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전신인 당시 민정당과 3당 합당을 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영삼씨를 따라가지 않고 김대중씨와 손잡아 부산지역에서 잇따라 낙선했고 김원기 우리 지역 출신 당시 국회의원과 함께 꼬마민주당을 만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별한 것도 정치적 계산법으로는 큰 손해를 보았다.

이후 그는 김대중씨와 화해해 김대중정부 탄생의 주역이 돼 명실상부한 정권교체의 기쁨을 우리 국민에게 선사했고 특히 백제 멸망 이후 1천 3백여년 동안 중앙 정치무대에서 소외됐던 우리 호남인들에게는 이른바 ‘호남의 한’을 풀어주어 김대중 이후 민주당을 이끌 지도자감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물론 이 때도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이길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민주주의에 투철한 그의 신념이 기적을 낳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역전극을 펼쳐 참여정부를 탄생시켜 호남인들에게 승리감을 안겨준 것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노 전 대통령처럼 국민들의 평가가 양극화된 정치 지도자도 전 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다.

노사모라고 불리우는 열렬히 지지하는 층과 막욕을 해대는 층으로 양분된 것은 어쩌면 바보 노무현의 한계였을 지도 모른다.

손해보는 줄 알면서도 늘 약자와 소외된 자의 편에 서려고 노력했던 고인.

권력을 그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했던 고인..

도덕성과 자신감으로 무장된 투사 정치인.

퇴임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다시 시작되기 시작했는데 이제 그는 가고 없고 그에 대한 재평가와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 지만을 남겨주었다.

대학 문턱은 밟아보지도 못한 우직하고 정직한 시골 촌뜨기가 대통령 신화를 만든 것은 대한민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쾌거였고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에게는 희망의 등불 같은 존재였다.

‘바보 노무현’ ‘노무현스럽다’는 말을 남긴 고인.

20년 전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뒷골목에서 필자와 처음으로 마주쳐 소주잔을 기울이며 암울한 정치상황을 헤쳐 나갈 방도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격론을 벌이던 그 때가 아스라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해 3월 봉하마을 뒷동산에서 잘 나가는 직장 박차고 왜 정치에 뛰어들었냐고 힐난하면서도 총선에 승리해 민주당을 살리기를 바란다고 격려해주던 시골 아저씨 같은 인상의 고인.

“너무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고 성철 스님의 화두처럼 몇 마디 남기고 우리 곁을 훌쩍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

우리는 당신을 더 이상 바보로 부르지도 않고 노무현스럽다고도 비아냥거리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활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고대해 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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