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이 승진해야 한다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나 일부 구성원의 비위 등이 문제되었을 때 항상 지탄을 받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존재가 바로 공무원이다. 하지만 외재적 요인이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경기불황의 일방적 희생은 매우 억울하다.
오히려 연공서열이라는 틀에 박혀 제대로 된 승진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유능한 공무원’을 배려하지 못하는 관리자야 말로 경기 극복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유능한 관리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은 ‘유능한 공무원’을 승진시킬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잘 나가는 의대생’을 때려치우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주인공을 둘러싸고 직장 내 승진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다소 과장되게 묘사한 드라마가 인기리 방송되었다.
그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계약직’에서 ‘4대보험이 적용되는 정식사원’으로, 또 ‘사원’에서 ‘대리’로 진급하는 설정이 자칫 말로의 벼랑 끝에 몰려있던 부부관계를 일거에 해소해 버리는 극적반전의 동인으로 작용한 것도 바로 ‘승진’이었다.
일반 기업이나 공무원 조직 등 분야를 막론하고 서열화된 현대사회에서 그만큼 중요한 동기부여가 바로 승진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야 하고 또 다수의 구성원으로부터 수긍되어 질 수 있는 객관성을 담보해야만 하는 것이 사회적 규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을 성 싶다.
인사비리로 인해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뉴스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앞서 언급한 ‘기회의 균등’과 ‘객관적 척도마련’이라는 사회적 규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이다.
필자의 경우 민선 3기 정읍시장을 역임할 때 “인사와 관련해서 어떠한 청탁도 받지 않을 것이고, 검증된 능력에 따라 순서를 공개해서 예측 가능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약속을 지켰고, 그러한 노력은 공무원 뿐 아니라 주민들로부터도 높이 평가받았다.
그렇다면 ‘기회의 균등’과 ‘객관적 척도’로 대표되는 사회적 규약은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 필자의 경우 공무원을 평가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공직경험을 바탕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공무원상’을 크게 네가지로 구분, 정립해 실천했다.
첫째, 「권리」의식이 없는 깨끗하고 친절한 공무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자신의 이익을 보장하는「권리」가 아니라 공익을 유지․창출하는 『권한』으로 인식하고 판단.행동하는 공무원이다. 법과 규정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공익과 봉사를 위해 행사하지 않고 자신의 사익 추구를 위한「권리」로 인식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물론 주어진『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불편부당하지 않은 엄정한 『권위』는 지켜나가는 것이 공직자의 아주 소망스러운 자세라 할 수 있다.
둘째, 민간의「창의」와「자본」을 행정에 접목시킬 수 있는 열린 공무원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행정과 경영은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영역이 되었고 특히 행정에서 적극 수용해야 하는 경영이념이「창의」와 「자본」이다.
그래서 필자는 시간과 돈을 허비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은 50점짜리 공무원으로 평가했고 외부의 의견과 제안을 적극 구하고 받아들이며, 주어진 예산만을 소화하지 않고 민간의 돈을 활용하여 일을 하는 공무원을 100점+α로 평가했다. 지방의 어려움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법령의 한계에 묶이지 않는 적극적인 공무원이다.
대내의 문제제기나 민원에 대해 처음부터 ‘안 될 것이다’라는 입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되게 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검토․처리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현실적인 여건과 시대변화나 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령을 비롯한 제도의 개선을 중앙에 적극적으로 제기, 요구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절차와 수단에만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법과 제도가 추구하는 목적, 가치를 간과하는 과잉동조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넷째,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견지하고 피력하는 공무원이다.
행정을 집행하는 내가 바로 군수.시장, 도지사라는 생각과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서열의 부정적 측면이 바로 상급자의 의견에 무조건 ‘예..예..’하는 맹목적 순응의 행태일 것이다.
의사결정과정의 합리적 절차가 확보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러한 문화는 상급자의 지시가 아니라 담당자의 의견 제시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상으로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정립하고 실천했던 ‘같이 일하고 싶은 공무원상’을 간략하게 정리해 봤다. 물론 '같이 일하고 싶은 공무원‘이 반드시 ’승진하는 공무원‘에 부합하는 것은 아닐뿐더러 또한 필자 개인의 척도이기 때문에 완전한 객관성을 확보했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을 위한 행정에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그 능력을 발휘토록 하는 것은 관리자의 능력이고, 결국 그러한 인사의 성패가 관리자로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때 인사는 결코 소홀할 수 없는 요소다.
능력을 인정받은 공무원의 승진은 가정을 행복하게 하고, 관리자를 즐겁게 하며 지방행정을 살찌워서 결국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