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상식
잘못된 정보 일곱
【 싼 녹차는 고급 녹차보다 건강에 좋지 않다?】
차 전문매장으로 녹차를 사러 가본 사람이라면 녹차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름도 가지각색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좀처럼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일단 기본적인 차의 명칭부터 알아보자.
차는 수확시기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이른 봄에 딴 잎을 첫물차, 늦봄이나 초여름에 딴 잎을 두물차, 그리고 여름에 수확한 잎을 세물차라고 부르고 가격은 뭐니 뭐니 해도 이른 봄에 딴 첫물차가 가장 비싸다.
무엇보다 맛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크기에 따라서도 명칭이 달라지는데 작은 잎은 세작, 중간 크기의 잎은 중작, 비교적 큰 잎을 대작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첫물차일수록 잎이 어려 크기가 작으므로 세작이 아무래도 다른 잎들보다는 가격이 높다.
그렇다면 수확시기가 차의 가격을 결정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수확시기에 따라서 차의 성분함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찻잎을 늦게 딸수록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과 비타민C의 함량은 증가하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나 카페인의 함량은 감소한다.
따라서 첫물차가 두물차나 세물차보다 떫은맛이 덜해 부드럽다. 또한 향기성분의 함량이 더 높기 때문에 고급 녹차에 속한다.
그러나 몸에 좋은 카테킨이나 비타민C는 맛이 떫은 녹차에 더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싼 녹차가 고급 녹차에 비해 효능이 떨어진다거나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싼 녹차가 고급 녹차보다 영양적인 면에서는 더 훌륭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맞다.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녹차는 단순한 건강보조제가 아니다. 따라서 성분함량만큼 맛을 음미하고 즐기는 기쁨 또한 중요하다. 게다가 녹차는 꾸준히 마셔야 효능이 제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맛이 떫어서 마실 때마다 얼굴이 찌푸려지고 쓴 약을 먹는 것처럼 부담스럽기만 하다면 과연 꾸준히 마실 수 있을까. 따라서 씁쓸한 녹차를 억지로 마시기보다 맛 좋은 녹차를 달게 수시로 마시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더 낫다. 물론 쌉쌀한 맛에 더 끌린 다면 싼 녹차를 꾸준히 마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영양학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으니 말이다.
또 성분함량은 왜 수확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그것은 찻잎의 성분함량이 햇빛의 양과 기온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른 봄 새로운 어린잎이 나기 시작할 때는 감칠맛 나는 아미노산류가 다량으로 뿌리에서 합성된다. 그런 후 줄기를 거쳐 잎으로 이동하는데, 잎에 이르러서야 아미노산이 변형되면서 카테킨을 중심으로 한 폴리페놀류가 생성된다.
어린잎은 아직 폴리페놀류로 합성되기 전 상태인 아미노산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바로 그 상태에서 잎을 따 버리면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첫물차가 되는 것이다. 만약 잎을 따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아미노산 변형이 활발해져서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류가 많아진다.
그 대신 아미노산 함량은 적어진다. 특히 아미노산 변형은 일조량과 관계가 깊은데 일조량이 많은 여름으로 갈수록 감칠맛 나는 아미노산은 적어지고 폴리페놀류가 많아진다. 그래서 예로부터 감칠맛 나는 명차(若茶) 산지들은 대부분 안개가 많이 끼는 곳, 즉 일조량이 적은 곳이었다.
요즘은 감칠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햇빛을 차단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차 잎이 한 개 혹은 두 개 나올 무렵 차나무 위에 차광막(그늘막)을 씌워 햇볕을 차단해 재배한 차를 옥로차(玉露茶)라고 한다. 이렇게 그늘에서 키운 녹차는 떫은맛이 덜한 반면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데아닌, 아르기닌, 글루타민산 등), 녹색을 내는 엽록소가 많아져 맛과 색이 뛰어난 고급 녹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