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문화를 나눈 소중한 인연

배영고 국제교류를 통한 중국 문화 체험기

2009-09-07     정읍시사

 

 

 

 

 

 

 

배고 1학년 소찬호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한 중국자매학교(격매납이중학, 연태시 소재)와의 국제교류 체험(7.29-8.6)은 내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학교 회의실에서의 첫 대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민 파트너의 이름은 추커청(初克成). 학교를 둘러보며 모든 것을 사진에 담으려는 듯 연거푸 셔터를 눌러대던 친구는 도서관에 관심을 보였다. 5년 전 격매납이중학에서 보내준 중국책 수백 여 권에 눈길이 간 것이다.

한국 기행 첫 날, 우리는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전주를 행선지로 잡았다. 한지 박물관에서 한지 만들기 체험을 한 후 인형, 보석함, 열쇠고리 등 종류도 다양한 한지 공예품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한옥 마을에 가서는 비빔밥 만들기 체험을 하기도 했는데, 익숙지 않은 솜씨로 호박과 당근 채썰기도 해보고 고추장을 넣고 비비는데 파트너인 커청이 고추장이 부족하다며 자꾸 넣는 바람에 결국 매워서 반 그릇도 못 먹고 말았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까지 맵다고 물만 들이켜는 모습이 정말 우스웠다. 끝으로 전통 문화 센터에서 한국의 전통 악기인 장구를 직접 쳐보기도 했다.

다음 날, 정읍의 진면목을 소개하기 위해 우리는 황토현 동학농민혁명기념관으로 갔다. 녹두장군 전봉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려 했지만, 의사소통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행히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동학혁명의 역사적 의미는 전달할 수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김동수 생가를 거쳐 우리는 대한의 명산 내장산으로 향했다. 내장사를 둘러보는 동안 몇몇 중국 학생들은 부처님 앞에서 합장을 하기도 했다. 내장산 산림박물관에 진열된 염주를 보고 얼마냐고 물으며 관심을 보이는 친구가 있어 그건 파는 게 아니라고 설명하느라 무척 애를 먹기도 했다.

정읍에서 마지막 날 밤, 홈스테이에 참가한 친구들과 천변에 모여 삼겹살 파티를 한 후 농구 시합을 했다. 온몸이 땀에 젖을 만큼 서로 몸을 부대끼며 운동을 하면서 오랜 벗들과 함께 하는 듯이 마음이 즐거웠다. 시합 결과는 무승부. 실력들은 운동부 못지않았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서울 롯데월드를 거쳐 드디어 중국에서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중국에 간다” 비행기 창문 너머 구름의 향연이 더욱 마음 설레게 했다. 인천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막 고도를 잡는가 싶더니 이내 연태에 도착할 만큼 연태는 가까웠다. 자매 학교는 상당히 규모가 큰 학교였다. 방학 중이라 건물 내관을 볼 수 없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본관 앞에서 기념 촬영 한 방.

중국 기행 첫 날. ‘대륙’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날이기도 했다. 길이 끝없이 이어질 듯 달리던 버스가 도착한 곳은 남산.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이른 곳엔 위용을 뽐내며 올라앉은 대불(높이 38.7m). 실로 엄청난 크기였다. 다음 여정지는 여덟 신선이 바다를 건너갔다는 설화가 담긴 봉래각. 바다를 내려다보는 봉래각의 절경은 가히 선경이라 할 만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도착한 곳은 동물원이었다. 순간 좀 허탈하기도 했는데, 그곳은 여느 동물원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신조산 야생동물보호구라는 곳으로 그곳의 동물들은 야생 상태 그대로여서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 생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늑대의 사냥장면을 동영상으로 담을 수도 있었다. 청일 전쟁 기념관에서는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중국 국제 교류 중에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음식 문화 체험이었다. 처음 식사를 할 땐, 대부분 짜고 기름지고 비릿한 냄새가 나서 먹기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은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한국 고추장이 무척 그리웠다. 둘째 날 저녁에 친구들이 사준 꼬치구이도 참 이색적이었다. 돼지고기, 닭 날개, 오징어, 소시지, 마늘, 매미 등 그 종류가 끝도 없는 듯했다. 마파두부나 북경오리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참 제격이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 속에 진행된 십여 일간의 국제 교류 체험을 통해 ‘가까운 나라라도 문화가 이렇게 다르구나!’ 라는 것을 실감했다. 처음 접해보는 낯선 문화 속에서 고생도 많았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 학생인 나를 위해 항상 스마일, 스마일 하셨던 추커청 부모님의 미소 띤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며 우리는 서로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앞으로도 우리의 인연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더 많은 세계 문화 체험과 해외봉사활동도 해 보고 싶다.

좋은 인연을 맺게 해주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의식을 심어 준 학교 측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