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남아도는 쌀, 소비촉진을 위한 제안- 정읍 밥도둑 요리 축제 개최
정읍농협 조합원 양영기
들판엔 황금색 벼가 춤을 추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모진 자연의 시련을 이겨내고 농부들의 고된 노동의 대가로 만들어진 우리의 주식인 쌀의 소비량이 줄어든 관계로 적정한 가격과 수매를 필요로 하는 농민과 이를 다 수용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갈등이 골이 깊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급격하게 하락하는 쌀값 회복을 위해 정부가 45만 톤의 쌀을 시장에서 추가 격리하기로 했다. 지난 2005년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이후 수확기 격리로는 최대 물량이다.
이로써 올해 격리되기로 예정된 공공비축미 45만 톤(지난해보다 10만톤 증가)을 포함하면 총 90만 톤이 시장에서 격리된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으로 그나마 급 한불은 껐다고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 보다, 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쌀값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 산지 쌀값이 1년 내내 떨어지고 있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5일 기준 산지 쌀 20㎏들이 가격은 4만 1185원으로 전년(5만 4758원)보다 24.8% 떨어졌고, 전국 재고도 31만 3천 톤(정곡)으로 전년동기 대비 15만9천 톤(103% 증가)에 달해 재고가 쌓여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농민들의 불안한 마음이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월 29일 서울역 인근에서 ‘농가경영 불안 해소 대책 마련 촉구 농민 총궐기 대회’에 직접 참석하여 비료, 농약값도 못 건진다며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절규하는 농민의 암울한 현장 분위기를 느끼며 비통한 심정으로 돌아왔다. 실제 농민들이 피땀 흘려 지은 벼를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쟁취’를 위한 영암, 정읍, 논산 농민들의 저항의 상징인 ‘논 갈아엎기’를 시작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전국적인 농민들의 집회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농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유독 쌀값만 떨어졌으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농민들의 과잉생산 때문이라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저율관세 유지 의무수입물량(TRQ)이 밥쌀용으로 지속적으로 수입되어 쌀 과잉시대를 부르고 있는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식량의 자급자족은 중요한 문제다. 그중에 특히 주식인 쌀은 우리나라의 안보와도 직결된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로서는 혹시 전쟁 시 바다가 봉쇄되면 꼼짝없이 식량이 차단되는 위험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위기상황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격리된 쌀은 언제든지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는 잠재적 불안요소를 갖고 있어 안정적으로 산지 쌀값을 잡는 데는 역부족인 정책이다. 그래서 이제는 쌀 소비를 위한 정책이 중요한 것이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으로, 전년(57.7㎏)보다 1.4% 줄었다. 2012년(69.8kg)에 대비하면 20%가량 감소한 실정으로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 농협은 홍보용 쌀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쌀 소비촉진을 시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쉬운 실정이다. 그 대책은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옛말에 “금은주옥(金銀珠玉)이 아무리 많다 한들 배고플 때 먹거나 입을 것이 못 되어 무용하며 속미포백(粟米布帛)은 단 하루라도 없으면 굶주리고 떠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와 쌀, 베와 비단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만 시대가 변해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한 현실에서는 이 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MZ세대로 대변되는 젊은이들에게는 주식인 쌀보다는 손쉽게 요리가 가능하며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라면류나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서구식 식생활이 더 익숙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식생활의 변화를 인식하고 나날이 줄어드는 쌀 소비의 촉진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최근에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프랑스식 디저트 케이크, 누룽지로 만든 딱딱한 영국식 빵인 스콘, 쌀의 속껍질에서 추출해 우유처럼 만든 쌀 우유, 쌀알이 씹히는 쫄깃한 아이스크림, 쌀로 만든 맥주도 시판하는 전문점이 늘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젊은 세대들의 식생활 변화에 따른 트렌드(trend)에 발맞춰 아침밥을 손쉽게 챙겨 먹고 출근할 수 있는 요리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는 개인이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손을 맞잡고 농민과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방법 외적으로 필자는 쌀 소비촉진을 위하여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해 보고 싶다. 전국적인 ‘밥도둑 요리 축제’를 정읍에서 개최하여 전국적인 쌀 소비촉진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
‘동학농민혁명기념제’와 ‘정읍사문화제’, ‘10월의 단풍철’에 정읍에서 생산한 대표 브랜드인 <단풍미인쌀>을 주재료로 삼아 축제기간 동안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선보이는 것이다. 참게장, 간장게장, 양념게장, 각종 젓갈, 묵은지고등어조림 등 반찬이 곁들여지는 ‘밥도둑 요리 축제’를 통해 쌀을 제일 많이 소비하는 참가 업체에 시상하는 대회를 개최하면 큰 이슈가 될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여행 행태 변화를 살펴보면 단연 먹거리가 여행지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쌀 소비촉진과 새로운 먹거리로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3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정읍에서 제일 먼저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