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로 이룰 수 없는 지역발전』
정읍 제4경마공원 유치 실패를 중심으로
한국마사회는 구랍 24일, 과천, 부산, 제주에 이은 네 번째 경마공원을 경북 영천시에 2,500억을 들여 짓는다고 밝혔다.
이 간단한 발표문은 가장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였던 정읍시가 탈락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정읍시의 공식적인 여론 조사 결과 찬성과 반대를 분명히 한 답변을 기준으로 70%가 넘는 시민들이 제4경마공원의 유치를 찬성했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본인도 찬성하였다. 시를 책임지고 있는 시장도 찬성하였다. 그런데도 유치에 실패하였다.
유치 실패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정읍시의회가 유치신청에 필수적이었던 동의를 의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더욱 아쉽고 석연치 않은 점은 개인적으로는 경마공원 유치에 찬성이라면서도 말할 수 없다는 이유로 회의 참석을 거부하여 회의 성립 자체를 무산시켜 버린 정읍시의회 일부 의원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진정 반대라면 회의에 참석하여 떳떳이 반대하면 될 것 아닌가?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지역발전은 그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의지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주민들의 지역발전에 관한 수요를 읽고 필요한 시책을 발굴하고 주민들의 실천력을 한 곳으로 모으는 지역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아주 중요하다.
이 리더십은 지역의 정치와 행정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조정과 통합의 원칙하에 슬기롭게 행사하여야 한다.
특히, 이번 제4경마공원처럼 지역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을 때 지역의 정치적 리더십은 지역발전의 의지를 실제 정책결과로 전환시켜야하는 마땅한 책무와 도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의 일꾼을 잘 뽑아야 한다는 소리를 자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읍의 경우에는 지역의 리더십이 한 곳으로 모아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모아지는 지역의 의사를 분열시키는 행태가 목격되었다.
역사를 통해서 보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한 국민과 주민들은 그 바른 선택의 결과로서 향상된 삶의 질을 만끽하는 반면,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한 집단은 영원한 낙오의 길에서 헤매고 있다.
19세기 일본의 명치유신, 20세기 후반 중국의 개혁개방이 성공사례라면, 우리 전라북도에 있어서 멀리는 철도건설에 거세게 반대하여 산업화 시대 동맥의 중심지로부터 멀어져야만 했던 일부 지역의 안타까운 기억과 가깝게는 부안 방폐장 유치 실패로 인한 실리 상실과 지역분열의 아픈 기억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정읍이 유치하고자 했던 제4경마공원은 연간 지방세 수익만 하더라도 500억 이상이 되는 새로운 지역의 성장 동력이다.
본인도 경마공원이 갖는 사회 심리적 위험 때문에 유치결정 과정까지 심사숙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마베팅의 96%가 스크린을 통해 이루어지고 내방객의 비율은 4%에 불과한 점과 우리 도에 추가로 스크린 경마장이 설치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유치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않았던,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다른 유치신청 시․군․구의회에서는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읍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무책임하게 나오는 바람에 본선에도 못 가보고 무산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1~2년 후 정부를 설득하여 축산의 고장인 정읍에 호남권 제5경마공원을 다시 추진하고자 한다. 그때는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될 지역대표들이 지역의 의사를 다시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정읍 6.2 지방선거의 쟁점은 분명하게 ‘경마공원’ 문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책임 있는 지방자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차 떠나고 나서 손드는 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