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의 전화를 알고 있다?

농소동체육회 제작 ‘전화번호부’파문

2005-12-24     정읍시사
동의없는 휴대전화번호 공개… 주민 법적 대응 제시
개인정보유출로 사생활 침해…내년 지방선거 악용 우려


농소동체육회(회장 차금화)가 동민들에게 일괄 배포한‘2006 농소동 전화번호부’(사진) 제작 의도와 관련 일부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문제가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체육회 측의 발행 배포가 순수한 의도라 할지라도 조만간 있을 선거 시즌 및 계속되는 스팸(출처 불분명의 전화포함) 등이 진행될 경우 발행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한 반감을 표출해 파장이 심화되고 있다.

며칠 전 아파트 우편함에 들어있는 전화번호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주민A씨는 “농소동체육회가 어떻게 제 휴대전화번호를 알아서 전화번호부에 게재했는지 모르겠다”며 본사에 제보전화를 이뤘다.

농소주공아파트에 거주한다고 밝힌 주민 A씨는“KT에서 제작하는 전화부도 본인이 원치 않으면 집 전화번호를 게재하지 않는데 개인 휴대전화번호까지 공개하면서 농소동체육회가 왜 이런 책자를 만들었는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 B씨도“본인의 동의도 없이 농소동전화부에 일방적으로 휴대전화번호인 개인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사생활을 침해당한 것”이라며“개인 또는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은 유용한 책자이겠지만 이로 인해 원하지 않은 스팸문자 쇄도와 함께 내년 지방선거에도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차금화 농소동체육회장은“동민체육대회 전에 체육회 회의를 거쳐 기금으로 전화번호부를 만들었으며 이는 특정인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동민간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 회장은 또“각 통장들이 체육회 당연직 임원으로 되어 있어 동사무소에 의뢰해 통장들이 동민들의 연락처를 딴 것”이라면서“3년 만에 한번씩 동민 전화부를 제작해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소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24통.25통 통장들이 농소동민 전화번호부를 만든다며 아파트 동호수 입주자에 대한 자료 협조를 요청해 이에 응했다”고 답변했고, 목련아파트 자치관리위원장은“통장들이 246세대 주민들을 방문할 수 없다며 자료를 원했을 때 조금 이상한 느낌은 있었지만 협조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한 통장들은“동민체육대회를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 전화번호부가 오래돼서 전화번호가 틀린 것이 많아 새로 제작키로 했으며 그 후 통장회의에서 동장으로부터 자료를 취합해서 동사무소에 갖다 줄 것을 요청받았다”면서“아파트 주민들에게 방송을 하고 세대 방문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관리사무소에 의뢰해 동사무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소동사무소 김성수 동장은“지난 체육대회 이전 임원회의시 체육회 이사직과 통장직을 겸직하고 있는 동지역 통장 25명이 만장일치로 제작에 도움을 주기로 한 바 있다”고 밝히고“문제가 되는 농소주공의 경우 취합시기가 늦어질 것을 우려 연내 제작 배포를 위해 통장들이 관리사무소측에 자료를 요청한 듯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동장은“당시 단순한 생각에서 휴대전화번호 게재가 개인정보유출이라는 생각도 없이 추진했었으나 최근 민원인들의 말을 듣고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며 ”체육회에서 하는 행사에 동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답변했다.

한편 주민 A씨가“이번 농소동전화부 제작을 주관한 농소동체육회와 이에 업무 협조한 동장, 아파트관리사무소 관계자, 통장 등을 상대로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법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 악용소지에 대한 책임여부 문제와 함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동장에 따르면 파장이 일고 있는 문제의 전화번호부 책자는 농소동체육회 기금 1천여만원 중 3백만원을 들여 제작 배포했으며 농소주공아파트의 경우 전체 466세대에 2명의 통장이 나눠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