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잡아야 한다

2005-08-14     정읍시사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발표가 있고 나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지자체들은 나름의 논리와 설득력을 가지고 이전해오는 각 공공기관의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크던 작던,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자치단체가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유치 노력은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고, 급기야 정부가 나서서 ‘원칙적인 1곳의 혁신도시론’을 발표했다.

효율적인 공공기관의 이전과 그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이전하는 기관을 한 곳에 뭉쳐놓아야 더욱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확신한 모양이다.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을 광역단체에 통보하고 ‘지원’을 ‘창’삼아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이 찢어져 유치되기 시작하면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정부의 노림(?)효과가 반감 될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어쨌든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광역단체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넘쳐나는 부탁과 압력을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한편, 혁신도시 유치를 신청한 지방자치단체의 입지에 대한 평가를 공정하게만 하면 각 자치단체들로부터 욕을 얻어먹지 않아도 될 ‘자리’가 마련이 됐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전라북도는 서둘러 ‘공공기관 유치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혁신도시 입지 선정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공공기관과 혁신도시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따져봐야 할 일이 있다는 말이다.

먼저 공공기관의 이전은 왜 이뤄지는가에 대해서 짚어야 한다.

정부는 수도 서울이 이대로 가다가는 이상 비대해 질 것이 확실하고, 이에 따른 의-식-주의 해결책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이전결정에 한 몫 했다. 또 국토 균형개발이라는 측면이 있다.

과거 정권의 부침에 따라 개발이 편중되었고, 이에 따라 국민의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호남쪽 낙후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참여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분권을 통한 각 지역의 균등개발을 참여정부 정책의 제1 목표로 내세웠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그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전해오는 공공기관의 입장은 명확하다. 이전해가는 지역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 줄 때 비로소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정부의 정책과 합치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진행 상태를 보면 꼭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아니 바꿔 말하면 정부가 나서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독려 하는듯한 인상이다.

무늬만 이전하고 각 지역 속에 또 다른 ‘강남’을 한 개씩 만들려는 행태로 밖에는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1개의 혁신도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행이 혁신도시로 선정된 도시 또는 인근의 도시는 이들 각각의 혁신도시에서 흘리는 떡고물을 어느 정도 받아먹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머지 도시는 또 뭔가 말이다.

정부가 이런 태도를 취하다 보니 이전해 오는 공공기관 역시 점차 각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느니, 이런 저런 혜택이 필요하다느니 주문이 많다. 급기야 이전 기관들끼리 연합체를 만들어 과감한 주문들을 해오기 시작하고 있다. 이전해 오는 공공기관들은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혹여 ‘지방속의 특구’에서 거주하는 ‘선민’이 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옮겨오는 것이 강남이 아니라는 얘기다.

각 지역은 각각의 특징이 있다. 이 특징에 맞도록 공공기관이 이전하면 된다.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객관적인 자료(수치)를 통하면 되고, 또 토론회를 거치면 된다.

획일적인 이전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은 더 나쁜 행동이다. 이제라도 1곳의 혁신도시 방침은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을 떠나서 균형개발이라는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