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민회와 박홍수 농림부장관의 만남
2005-08-14 정읍시사
그런데 브리핑 도중 정읍농민회 전희배회장과 임만수사무국장 등 농민회 지도부 일행이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현장에 나타나 “유시장님 왜 농림부 장관이 정읍을 방문하는데 농민회 측에는 알리지 않았나요?”, “박장관님 꼭 지역에 방문해서 행정 쪽 사람들만 만나고 가야 됩니까? 비판적 입장의 사람들도 만나서 얘기를 들어야 하는 것 아니요?”라며 박홍수 장관과 유성엽 시장에게 따져 묻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당황스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박홍수 장관을 상대로 유성엽 시장의 입장을 빼앗아 버린 채 “감곡면 유정리 침수는 인재다, 정읍지역에 몇 mm의 비가 온 걸로 보고받았나?, 지역을 방문한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재해지역선포가 기준에 맞지 않아 어렵다는데 어쩔 생각인가?, 농가의 추수소득 상실에 대한 대책이 뭔가?, 이 자리에서 당장 장관과 농민회의 간담회 일정을 잡자, 장관이 그렇게 바쁜 자리냐?” 등 유성엽 시장이 장관을 상대로 격에 맞게 요구나 건의해야 할 내용들까지 한꺼번에 박홍수 장관에게 쏟아냈다.
이와 함께 당일 오전 시청 내에서의 상황보고가 무산돼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받았고 이 또한 농민회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완전한 상황보고와 긴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 마지막으로 박홍수 장관과 유성엽 시장이 논의할 수 있었던 점심식사시간 마저도 농민회 측의 “밥은 뭔 밥여, 사진이나 찍고 갈려고 왔소?, 더 이상 전시행정은 하지 마시죠”라는 말들에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박홍수 장관은 이후 이평면 지지리 수해현장과 영원면 은선리 오리폐사농장을 잠깐씩 들른 후 아직 일정이 1시간여나 남은 상황에서 유성엽 시장을 비롯한 시관계자들과 본기자의 눈에 등을 보이며 떠나고 말았다.
분명한 것은 지난 5일 저녁 유성엽 시장은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정읍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전반적인 수해대책과 더불어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무엇을 얻어야 할 것인가를 구상했을 것이다.
또한 그 자리에 함께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도 같았을 것이며 본 기자 또한 내심 장관의 입에서 수동적인 답변보다는 능동적인 제시안을 비롯해 정읍에 무엇을 주고 갈까? 라는 가정하의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박홍수 장관과 유성엽 시장이 대화할 틈을 주지 않았던 정읍농민회 측의 이런 행동으로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이들은 “결국 장관의 방문에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오늘 농민회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대규모 배수펌프장이나 그에 버금가는 수해대비시설 하나쯤은 덤으로 생겼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읍과 같은 중소도시에 농림부장관이 방문한다는 것은 만약 수해상황만 아니라면 아침에 까치가 울었을 일이다.
농림부장관에게 밥 한끼, 물 한 모금 건네 보지 못한 유성엽 시장의 속이 까맣게 탔을 것이다.
장관과의 대면에서 따져 물었던 농민회관계자는 이후 기자와 대화에서 “장관의 방문으로 ‘무엇이 생긴다 안생긴다’라는 얘기는 못 들어 봤다 다만 우리는 농민의 입장에서 농민의 소리만 내었을 뿐이다”라는 말에 대해 내내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