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버리면서 사는 것들 - 김용관
2005-09-03 정읍시사
달려오는 것은
얼마나 천박한 일이더냐
내게로 오는 많은 것들 중
가장 쉽게 버리고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는 것은
배신한 여인이 아니라
배신한 친구가 아니라
무작정 달려오는 세월이라는 놈
나를 버리기조차 싫어서
눈길도 주지 않으니
스쳐지나가는 나그네 같은 놈으로
끝내는 체념한 모양이다.
잃어버린 세월이 아니라
내가 버린 놈이니
찬란한 시간을 산으로 쌓아 놓아도
안타까울 게 없는
시간을 넘어서
버리는 나로 살아가니
맞고 보낼 것도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
영원히 버리고 사는 사람이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행복이 아니더냐
무주공산의 주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