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용관
2007-03-06 정읍시사
(김용관)
몇 해 전 나는 바다에서
독서를 많이 했다.
그 곳에는 읽을거리도 많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었다.
때로는 내 심장을 열어 놓고
다 보여 주며 이야기도 하고
외로운 나를 위로 해 달라는
기도도 수 십 번 하였다
그 때마다 바다는 소리로 답을 주었고
이해가 부족한 듯하면
몸짓으로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
나의 눈은 그 때 반쯤 뜨여
철이 들었다
아직도 내 귀가 열리지 못한 것이 있다 싶으면
바다로 달려가 또 가슴을 열어 보인다
바람이 잔잔한 날 동해바다에
얼굴이 박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세상만 탓하고
집으로 돌아 올 때에 보기에 측은했는지
잔잔한 파도의 노래가 연인처럼 따라와
굳어진 육신을 풀어주고
트이지 않은 삶의 일부를 위로 해 준다.
언제쯤 바다를 다 읽어내야
눈이 뜨이고 가슴이 열릴까
언제까지 너를 안고 있어야
갈매기로 바다 위를 자유롭게
훨~ 훨 나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