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교육의 중심은 학교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학생들로 하여금 꿈과 비전을 펼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명만을 위한 엘리트 교육을 중시하여 평등하게 교육받을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을 지자체가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것도 엄연한 사교육 형태로 말이다.
몇 년전 모 지자체에서 인재양성을 위한 엘리트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인재숙을 설립한 바 있는데, 여기에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도 인재숙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재숙은 기숙사와 학원을 결합한 형태로 중·고등학교 재학생을 성적순으로 선발해 일반 학원을 대신해 특별교육을 시키는 기숙학원이다.
지방자치제가 인재숙을 설립한 취지는 ‘지역차원의 전략적인 인재양성을 통해 우수인력을 배출하고 주민들의 자녀교육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인구유출 방지와 외부학생 유입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소수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지자체의 교육지원 예산을 몰아줘 기숙 입시 교육을 시키면서 농어촌 교육의 또 다른 입시교육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취지와는 달리 발생되는 문제점이 많다. 인재숙은 진학지도에 있어서도 성과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아주 높아 성적만을 위하여 달리다 보면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더욱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게 과연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아 좋은 학교를 보내자는 엘리트 교육이라 할 수 있으며 현 교육이념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문제이고, 지자체 전체 학생의 몇 %에 지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하여 해마다 수십억 원의 편파적인 예산 운영, 학생간의 위화감 조성, 지역 교사들의 위축 문제 등도 커다란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인재숙에서 강의하는 강사들은 대도시의 유명학원 강사들이다. 인재숙이 특정 학생들만 모아 이렇게 외부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성적 우수 학생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다 보니 인재숙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과 위화감이 조성되어 결국은 공교육의 위기를 불러 오고 있는 현실이다. 어떻게 이것이 옳은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무리 인재숙을 통하여 인구유출을 막겠다고 해도 공부를 잘 시키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국은 그 지역을 떠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학원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대한 법률을 개정해 숙박시설을 갖춘 학원 등록 기준을 시․도 조례에 정하도록 함에 따라 도교육청에서는 ‘숙박시설을 갖춘 학교교과교습학원의 등록 기준을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또는 이에 준하는 학교의 재학생은 교습을 제한한다.
다만, 방학기간 동안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는 개정 조례(안)을 마련하여, 공교육의 훼손을 초래하는 인재숙의 설립을 금지하는 규정을 입법예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인재숙을 설립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반발도 세지만 공교육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필요불가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교육의 중심은 학교이어야 한다. 교육이 교과공부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교육의 중심이 학교에 있지 않고 기숙장학시설에 치우친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학교교육이 살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현장교사에게 신뢰의 힘이 실릴 때 공교육이 더욱 풍요롭고 미래를 향해 비약해 나갈 것이다. 학생들이 좋아서 가르치는 일이 보람으로 남을 때 무한정 쏟아내는 교사의 사랑만이 현장교육 개선의 저력이요, 교육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교육의 기초는 가정에서 세워지고 새로운 지식 창출을 위한 지․덕․체․예․기의 교육은 학교라는 교육의 장을 통하여 계발 신장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