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법(法)은 다스리는 것이 아니고 지키는 것

2005-10-22     정읍시사
정읍경찰서 정보계장 이봉열


준법정신(遵法精神)의 사전적 의미는 법을 올바르게 지키는 정신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자발적으로 법을 존중하고 지키고자 하는 정신인 것이다. 이러한 준법정신의 토대는 정의에 부합하는 법의 제정과 집행이다.

그리고 법을 지키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시민의식의 공감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모 일간지에 ‘우리나라 청소년의 준법의식이 낮다’라는 내용의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이는 장래에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최근 법무부가 여론조사기관인 유니온조사 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중․고등학생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의 보도내용을 살펴보면「돈이나 권력의 위력이 법보다 쎄다」가 응답자의 88.7%로 나타났고,「항상 법대로만 사는 것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83.8%, 「법과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68.8%,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58.2%, 「돈이나 명예, 권력이 생긴다면 법을 어길 수 있다」 33.4%로 나타난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미래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의 법의식이 낮은 것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본다.

이와 같이 청소년들의 법의식이 낮은 것에 대해 청소년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기성세대들의 관료주의, 관존민비 의식과 고위공직자특권의식 등 준법정신부재와 법 정립 및 집행기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심화, 적당주의, 대충주의 등 부정적 요소들이 청소년들에게 학습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법정신을 말할 때 영국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온 처칠 수상의 교통법규 위반과 자기 직분을 충실히 수행한 교통순경 및 경시총감 이야기를 연상케 한다.

국회의 개원시간에 늦은 처칠은 교차로에서 신호를 어기도록 운전기사에게 지시했고, 처칠 수상인줄 알면서도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기사에게 면허증 제시를 명령하며 자기 직분을 충실히 수행한 교통순경, 그리고 교통순경의 엄격한 근무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은 처칠이 경시총감에게 그 교통순경을 한 계급 특진시켜주라고 했지만 “경찰인사법에 그런 규정이 없다”며 딱 잘라서 거절한 경시총감에 대해 처칠은 “암 그래야지. 총감의 말이 맞소. 그런데 오늘은 내가 경찰한테 두 번이나 당하는 군” 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는 이야기이다.

지휘 여하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교통순경의 직무태도, 그리고 처칠의 인간적인 정(情)에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진급시킬 수 없다는 경시총감의 공과 사를 구별하는 엄정한 처사는 선진국 사람들의 준법정신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법은 다스리는 것이 아니고 지키는 것이다」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청소년과 기성세대 우리 모두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누가 보든지 안 보든지 간에 맡은 일에 충실히 하고 선진 시민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