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5년여째 교통지도하는 교장선생님

정읍동초등학교 이종월교장

2008-05-19     정읍시사

한 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 4년10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학생들의 교통지도를 도맡아 온 교장이 있어 스승의 날을 맞아 귀감이 되고 있다.

정읍동초등학교 이종월 교장(62)은 학교 운영위원회로부터 초빙교장으로 선임돼 2003년 9월1일 부임했다. 올해로 41년째 교직에 몸담아 오면서 이 학교를 마지막으로 8월말 정년을 앞두고 있다.

이 교장은 이에 앞서 정읍 교암초등학교에서 4년간 봉직한 후 자신의 교직생활 가운데 두 번째로 정읍동초등학교 교장에 부임하자마자 교통지도를 시작했다.

그의 일과는 교장 집무실이 아닌 학교 앞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작된다.

정읍시 장명동에 있는 학교 바로 앞에는 사거리 횡단보도가 있어 아침 등교시간이면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의 자동차가 줄지어 대도심 못지않게 혼잡을 이룬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에 녹색불이 들어오면 이 교장의 발걸음은 바빠진다. 등굣길에 나서는 학생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호명하며 보살피고 안내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통지도가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면서 전교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가장 중요시간으로 여겨진다. 눈이 오나 비가 와도 등굣길 이 교장이 서 있는 위치는 변함이 없다.

학교에 오자면 이 횡단보도를 건너야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면서 학생들의 상태를 알아차리는데 큰 보탬이 된다.

이 교장이 이렇게 매일같이 등굣길에 학생들을 대면하게 되면서 이제는 표정만 봐도 그 학생의 기분상태는 물론 현재의 가정형편까지 알아 낼 정도로 소통이 원활하다.

표정만 보고 분명 아침을 굶고 오는 학생을 즉시 발견 급식실로 데려다 밥을 먹일때도 있고, 기분이 좋지 않게 보이는 학생은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당부한다. 교통지도로 개인 상담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교장이 이 곳에 있는 시간은 오전 7시30분께부터 학생들의 등교가 끝나는 8시20분까지 40~50분 정도다.

이런 덕택에 학교에서는 안전사고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리 만무하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아침에 짓는 표정을 보면 그 날의 기분과 가정형편까지 읽을 수 있다"며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이렇게 학생들과 대면하는 것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읍동초등학교 700여명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등굣길은 하루를 시작하면서 대화하고 마주치고 보살피면서 좋은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이 교장은 부안 출신으로 정읍농고를 졸업하고 광주교대를 나와 1967년 교직에 첫발 내딛고 3~4년간 전남에서 생활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직생활을 정읍에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