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사학회(회장 이재운 전주대학교 교수)가 주관하고 정읍시와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이사장 김영석)이 공동주최한 ‘동학농민혁명 초기 전개과정과 기념사업’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다.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 회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김생기시장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동학농민혁명 선양사업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열렸다.
‘동학의 창도에서 백산대회까지’를 주제로 개최된 지난 5월 7일 학술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지방이 아닌 수도 서울에서, 그것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원회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객관성과 논리성을 갖춘 전문 역사학회가 주관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학술대회 개최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학술대회를 주관한 전북사학회(회장 이재운 전주대학교 교수)는 전북지역을 대표하는 유일한 전문학회로 학술진흥원에서 인정하는 학술등재지 ‘전북사학’을 매년 2차례 발간하고 있다.
모두 9개의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가장 관심을 끈 분야는 동학농민혁명 초기 전개과정인 고부봉기와 무장봉기 그리고 백산대회와 황토현전투일을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봤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이 어디이며 어떤 흐름 속에서 혁명의 전국화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한 셈이다.
특히 ‘고부기포의 성격과 역사적 의의’를 발표한 서울대학교 김인걸 교수는 “고부봉기는 민란이 아니라 전봉준을 중심으로 한 주요 지도자들이 치밀하게 준비한 봉기이며 이를 계기로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되었다”라고 밝힘으로써 그간 고부봉기를 ‘민란’으로 격하시킨 일부의 주장을 일축하고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이 고부봉기임을 논증했다.
이와 관련 경기대학교 성주현 교수는 고부기포.무장기포.백산대회에 나온 격문을 분석한 ‘동학농민군의 격문 분석’을 발표했는데 성 교수는 “동학농민혁명 초기 전개과정 때 나온 격문들을 분석한 결과, 이미 사발통문 거사계획과 고부봉기 때부터 동학농민혁명의 성격으로 규정짓는 ‘반봉건.반침략’ 사상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을 밝히면서 전체적으로 고부기포는 반봉건.반침략 성격을, 무장기포는 반봉건적 성격을, 그리고 백산대회는 반봉건.반침략 연합전선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리했다.
또한 ‘일본측 사료를 통해 본 동학농민혁명’을 발표한 원광대학교 강효숙 교수는 “현재 일본에 있는 동학농민혁명 관련 자료를 보면 동학농민혁명은 고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즉 고부를 중심으로 혁명이 전개된 것으로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혁명과 기념일’을 발표한 전북대학교 이용재 교수는 “프랑스혁명 기념일은 바스티유감옥을 함락시킨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으며 이는 혁명의 시작일 보다는 전체 흐름에서 혁명군이 바스티유감옥을 점령한 날을 가장 중요한 상징적인 날로 인식한 때문”이며 프랑스혁명 기념일 결정에는 우리와 다르게 지역적인 문제가 개입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즉 프랑스혁명 기념일 제정에는 시작일이나 상징적인 날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으나 지역적으로는 수도 ‘파리’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역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독일농민전쟁과 기념사업’을 발표한 서울대학교 비온티노 연구원은 “독일농민전쟁 기념사업은 특정일을 정하지 않고, 지역에 따라 각기 의미를 갖는 날을 기념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과 관련해 폭넓게 참고할 자료를 제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특히 우리나라 역사학계의 석학들인 조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와 정만조 국민대학교 교수가 ‘동학농민혁명과 국가기념일 제정’에 대해 논평, 화제를 모았다.
그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논의는 일부 학자들에 의해 좌우되어 왔고 그 결과 지역간 갈등과 대립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학들이 직접 기념일 제정과 관련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가기념일 제정에 중요한 지침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들 두 석학들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보다 충실한 연구를 요구했는데 혁명의 전개과정에 따른 중요한 사건들의 의미와 상징성을 면밀히 살펴볼 것과 국가기념일은 전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념일 제정으로 지역간 갈등과 대립은 물론 지역기념사업회가 위축되거나 선양사업에 무관심해지는 불행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며 기념일은 온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상징적인 날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과 관련해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제언’을 발표한 고려대학교 임형진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학계는 연구 업적을 위한 기념일 제정이 아닌 보다 열린 사고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 나갈”것을 주문하면서 “지자체들 간의 경쟁이 있었다면 이 역시 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화합해 동학농민혁명이 전국적인 축제로 승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더불어 “관련 단체들 간의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이 있었다면 117년 전 선조들의 심정으로 돌아가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정리함으로써 소통과 화합 및 대승적 차원에서의 접근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성균관대학교 배항섭 교수가 ‘무장기포의 성격과 역사적 의의’를, 역사학연구소 박준성 연구원이 ‘백산대회 성격과 역사적 의의’를, (사)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조광환 前이사장이 ‘황토현전투의 성격과 역사적 의의’를 발표해 동학농민혁명 초기 전개과정을 조명했다.
특히 조광환 前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 초기 전개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기폭제가 된 것은 관군과의 최초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황토현전승일로 이를 계기로 혁명의 전국화가 이루어졌으며 동학농민혁명의 상징적인 날이 되었고 1963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이 공감하는 역사적인 날”임을 강조했다.
편집:김상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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