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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교육칼럼] 추석 명절 의미 살리는 가정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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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교육칼럼] 추석 명절 의미 살리는 가정학습
  • 변재윤 대표기자
  • 승인 2023.10.19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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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 학교교육 살펴보기- 8
김수봉 전 정읍교육장
김수봉 전 정읍교육장

추석이 가까워졌습니다. 벼가 익었습니다. 밤도 익었습니다. 감이 익어갑니다. 즐거운 추석이 옵니다. 이 글이 기억나시나요? 아마 많은 분께서 기억하실 것입니다. 5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기억 나는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 추석 단원의 글입니다. ‘-읍니다.’‘-습니다.’로 현대 표준어에 맞게 바꾸어 옮겨보았습니다.

어릴 적 추석을 떠올리면 무척 가슴 설레었습니다. 지금은 아니 계시지만 비교적 젊으셨던 부모님과 사이좋은 형제들, 아담한 집과 정겨운 마을, 가깝고 먼 친척들과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추석엔 먹거리만 풍성했던 것이 아니라 훈훈한 정과 마음이 넉넉했지요.

추석엔 어린이들이 걸어가기에는 다소 먼 거리까지 성묘를 가고, 도토리랑 상수리 몇 개씩 주워 장난치던 생각이 납니다. 성묫길 오가며, 산소에서 그리고 식사 시간에 집안 어른들로부터 조상님 이야기와 예전의 생활에 대해 듣고 또 들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추석은 한가위, 중추절, 가배(嘉俳)로도 불렀습니다. 한가위의 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를 뜻해 가을의 가운데 큰 명절을 의미하며, 추석의 백미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 자체였습니다. 살아가는 형편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가 밤새 이어졌지요.

오래전 학교에서는 추석과 설 명절을 이용해 가정에서 조상의 뿌리 찾기’, ‘가계 바로 알기등의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안내자료를 제작해 과제로 내어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안내자료에는 명절의 유래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본관, 시조, 자랑스런 조상, 조부모와 외조부모, 부모의 성함 등을 기록하게 하였지요. 집안 어른들께 묻고 배워 기억하라는 의미였지요.

과제 해결 결과를 보면 자세히 조사하여 이해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가정형편으로 인해 조사할 수 없는 안타까운 가정의 학생도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인권과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매우 부적절한 과제였습니다. 교육적 의미만 생각하고 조사할 수 없는 가정의 형편을 고려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고통을 안겨준 바람직 하지 못한 과제였던 것이지요.

그래도 추석 명절에는 가능하다면 조상과 가계에 대해 아는 대로 혹은 미리 알아보고 후손들이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또한 명절이 아니더라도 일가친척이 만나는 기회를 가져, 서로 얼굴을 익힐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겠지요.

과거와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명절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쁘게 오가는 택배 차량과 유명 관광지 그리고 공항을 가득 채운 관광객 외에는 추석이 오는 걸 느끼긴 어렵지 않을까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지방도로가 확대 ᆞ정비되어 고향을 왕래하긴 편리해졌지만, 정작 친지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석은 풍요로운 결실을 함께 축하하고 나누는 자리이며, 멀리 떨어졌던 가족 친지가 한데 모여 조상님을 기리고, 후손으로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자리임에는 분명합니다.

팔월 보름을 가장 중요한 보름이라 선조들이 여겼던 것은 풍성한 수확과 더불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기쁨 때문이 아닐까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말처럼 모두 흐뭇하고 뜻깊은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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