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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 전 정읍교육장 [교육 살펴보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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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 전 정읍교육장 [교육 살펴보기- 9]
  • 변재윤 대표기자
  • 승인 2023.10.25 0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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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활동이 마음 근육을 키운다

골목이나 마을 또는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왁자지껄 뛰놀면 아주 반갑다. 요즈음은 아쉽게도 유원지나 규모가 있는 학교 운동장 외에는 생동감 넘치는 학생들의 소리를 듣기 어렵다.

놀이 활동이 학생들의 바른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놀이를 할 수 있는 여건은 참으로 안타깝다. 같이 놀 사람이 거의 없고 안전하게 놀 장소가 부족하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에서라도 서로 어울려 뛰놀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갖추어 주기 위해 교육청과 학교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학교는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즐거운 곳이며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최소한 괴롭지는 않아야 바르고 곧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놀이는 삶이자 지혜를 익히는 소중한 학습이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는 놀이전문가 편해문 선생이 십여 년 전 쓴 책 제목이다.

놀면서 숱하게 지고 이기고,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무언가에 좌절했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 놀이는 실패와 좌절을 넘어서는 수많은 상황과 만나게 해주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회복의 힘을 길러 준다. 어떤 놀이든지 놀이가 몸에 푹 익기 전까지 미숙하고 자주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자꾸 해보고 부딪히다 보면 언젠가는 되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놀이는 이런 과정과 경험을 즐겁게 되풀이하게 한다. 이런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앞으로 힘껏 헤쳐 나갈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익힌다. 잘 걸으려면 많이 넘어져 봐야 한다. 이처럼 놀면서 몸으로 익힌 용기와 긍정의 힘은 놀이 바깥 세계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이 된다.

학교에 재직하는 동안 책을 우연히 접하고 또 중앙 일간지에서 학생 놀이에 대한 기획 기사를 보고 놀이의 소중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교직원들과 협의를 거쳐, 오전 2교시 수업 후 30분의 놀이시간을 갖게 하였다. 이 시간이 정착되자 학생들이 제일 기뻐하는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놀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 놀 친구와 놀 시간 그리고 놀 터이다. 규모가 있는 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많아서 모두가 같은 시간에 놀기는 장소가 부족하다. 그래서 시간을 조절하고 장소를 나누어 놀이를 권장했다.

반면에 면 단위 이하의 작은 학교는 놀 친구가 부족하다. 따라서 인접학년 또는 무학년 두레를 조직하여 같이 놀이 활동을 하도록 적극 지원했다.

놀이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학생들이 놀이보다 중요한 것은 놀다가 생기고 쌓이고 오가는 따스한 사랑과 이해와 우정이다.

서로 놀이하다가 다치기도 부딪히기도 감정이 치밀어 오를 수도 있다. 가벼운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서 참고 이겨내며 감정을 조절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 등 마음 근육이 생기고 자란다.

학생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갈수록 잦아진다. 엄히 다스려야 할 사안들도 있겠지만, 조금 참거나 웃으며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가벼운 사안들도 없지 않다. 그래서 놀이 활동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부모 또는 형제와의 놀이도 학생들의 바른 가치 형성에 도움이 되겠지만, 대체로 손윗사람들이 양보하고 비위를 맞춰주어서, 놀이에서 생기는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키우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학생들에게 놀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자. 그리고 놀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소한 다툼에는 가능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보자.

학생들(자녀들)은 의도적으로 놓으면 놓은 만큼, 믿고 맡기면 믿는 만큼, 해내고 성장한다.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가능한 학생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믿고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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