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읍의 대표 랜드마크는 과연 무엇일까.
‘단풍의 고장 정읍’의 명성은 이미 오래된 옛 얘기다. 내장산 단풍을 보러 오는 관광객보다 백양사로 넘어가는 관광차들이 많다는 것은 동종업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단풍을 허울 좋게 외치지만 정작 단풍나무는 커녕 정읍의 관문인 정읍IC 로터리에는 소나무 한그루만 덩그러니 심어져 있다.
이런 것이 현재 랜드마크를 생각하는 정읍시의 자화상이다. 무엇이 정읍을 대표하고 무엇을 랜드마크라고 말할 수 있는가.
지난 민선 7기 정읍시는 ‘향기공화국’이라고 천명하고 임기 4년 동안 향기를 내뿜는 정읍을 만든다며 쏟아부은 예산이 적지 않았다.
일선 지역은 축산악취로 민원이 터지고 있는데도 향기공화국이 되겠다는 포부였다. 그 향기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민선 7기의 향기는 없고 이상하게도 축제와 사업지에 밤에 빛을 내는 LED들이 곳곳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것들이 왜 갑자기 정읍을 많이 점령하고 있는 걸까.
정읍이 밤의 도시가 되어야 하는가. 그나마 설치된 LED는 정읍에서 생산하는 업체들의 것일까?
이래서 민선 시장의 정책 방향은 잘 세워야 한다는 충언들이다.
정치인들이 선거전략용으로 써먹는 산업단지 신축이나 기업 유치, 얼토당토않은 대규모 관광호텔 신축 등 심의과정과 예산심의 절차가 복잡한 것들은 이제 낡아 빠진 사탕발림 헛소리들로 외면당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해답지로 요식업 대통령으로 불리는 ‘백종원’을 꼽는다.
보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와 충남 예산군이 개발한 예산상설시장 방문객이 지난 1일 200만명을 돌파했다. 1일 평균 1만3000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올해 800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여세로 예산군은 당일치기 관광이 아닌 1박 2일 이상 체류하며 지역을 체험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하는가 하면 생활인구를 늘리는 체류형 관광 활성화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인구소멸 예정지인 정읍으로서는 부럽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발 빠르게 움직인 강원도 정선군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2026년까지 예산시장 3배 규모에 이르는 외식산업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사람들이 오지 않고 심지어 살고 있는 주민들조차 외면하는 시설은 오픈하기도 전에 이미 실패작이 우려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읍시의회 이도형 의원은 정읍시의회 제29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린 5월 31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정읍시가 추진해 준공을 앞둔 <정읍사 달빛 사랑 숲>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이도형 의원은 “1400년이라는 시간에도 잊혀지지 않도록 우리에게 전해주신 역사 속 인물들을 생각해서라도 지금 같은 모습으로 정읍사 달빛 사랑 숲을 개장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반대했다.
이 사업은 당초 사업명이 ‘정읍사 디지털 테마공원 조성사업’으로 정읍시에 취약한 시내 관광, 그것도 야간 관광의 인프라를 조성하려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사업비는 30여억 원이며 2023년 1월 인테크 디자인과 협상에 의한 계약을 했고 약 1년 5개월여 만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의원은 ‘시기동에 있는 정읍사공원에 정읍사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재해석한 미디어파사드, 디자인 조형물, 패턴 조명, 프로젝터 매핑 영상 등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정읍사 달빛 사랑 숲’을 만들고 있다. 정읍시는 이곳을 공원의 역할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제시했다.
정읍시가 30여 억원을 들인 정읍의 대표 랜드마크 사업이 ‘야간 관광명소 설립’이라는 것.
이도형 의원은 “정읍의 문화유산인 현존 최고(最古) 백제가요 ‘정읍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실감하며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정읍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차별화된 야경 및 디지털미디어를 연출하고 지역주민과 방문객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될 전망이라는 기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에둘렀다.
하지만 그는 “백제 여인의 그 간절한 바람도, 현재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도, 미래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 쉽게 읊조렸던 ‘달하 노피곰 도다샤 머리곰 비취오시라’, 백제가요 정읍의 첫 구절마저도 떠올려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게다가 “디지털 기법으로 만든 실개천, 고래와 거북이, 가오리가 헤엄치는 용궁, 반딧불 느낌이 나는 빛의 향연만 기억되었다. 오히려 위험한 계단과 난간, 울퉁불퉁한 바닥으로 인한 관광객의 안전에 대한 걱정만 떠올랐다”고 지적의 수위를 높였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 하는 발인이 아니다”라는 이 의원은 “백제가요 ‘정읍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실감하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정읍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정말로 꼭 만들어야 할 책무가 지금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도형 의원은 이에 따라 “정읍사 달빛 사랑 숲의 공간력은 어느 정도 되는가? 전문가와 시민의 냉철한 평가와 분석, 그리고 대안을 만들어서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러면서 “이번 기회에 꼬마열차, 어린이 기적의 놀이터, 익스트림 스포츠 등 정읍 드림랜드 사업과 한국가요촌, 장금이 테마파크와 같은 각종 문화·관광시설에 대해서도 공간력의 개념을 대입해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어 달라”고 심도있는 주문을 던졌다.
그의 주문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설의 개장은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훗날 그렇게 랜드마크를 주창하며 업무를 추진했던 해당 담당 직원들과 책임자들은 잊지 않아야 한다.
30억짜리 ‘야간 명소’ 달빛 사랑 숲에 사람들이 얼마나 몰려오는지 방문객 숫자를 꼭 세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