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카드깡’ 의심 제보에 시장실 감사… “소잡는 칼 쥐여줬더니 면도칼 들고나와”

지난 2024년 여름, 정읍시 일부 부서의 서무가 부서장의 개인적 편취를 돕기 위해 일명 ‘카드깡’을 한다는 제보가 이뤄지면서 민선 8기 심각한 악성종양 제거 작업의 필요성이 대두됐었다.
과거 시절 일부 관공서에서 특정 마트나 문구점, 식당 등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속칭인 ‘깡’으로 부서나 부서장의 여비를 마련했다는 구전이 있었는데 아직도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조심스럽게 접근한 시장실은 이를 감사과에 의뢰, 본청 서무들의 일상경비 집행 여부를 살펴보도록 했다.
이에 정읍시 감사과는 2024년 7월 22일부터 8월 9일까지 2021년 9월~ 2024년 5월까지의 업무수행 범위를 정해 일상경비 집행실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들어갈 때 ‘소잡는 칼’을 쥐여줬는데 나올 때는 ‘면도칼’을 들고나온 형국의 결과였다.
혹여 모를 ‘깡’을 찾기 위해서는 서무들이 사용한 사용처에 대해 의심되는 곳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했는데 명세서 확인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힘들게 시작된 이 감사의 결과는 본청 27개 부서 모두 적발됐으나 총 10건 시정 4, 주의 5, 개선 1, 재정상 조치가 다였다. 이래서 이때부터 정읍시 감사과 감사가 ‘물 감사’라는 지적이 시장실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감사과에서 나오는 감사 결과물은 마치 공무원들 변호나 대변 수준의 답변이 계속되면서 시장실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후담이다.
하지만 그나마 이런 ‘면도칼’ 감사결과에도 정읍시장의 직속기구인 기획예산실의 적발은 27개 부서 중 두드러지게 도출됐다.
평소 ‘실효성’을 강조하고 세밀한 업무추진으로 잘 알려진 해당 부서장의 업무능력에 정작 이 부서의 서무는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 기획예산실은 정읍시 예산을 다루는 유일한 부서다.
예산을 수립하고 정읍시의 한해 살림을 꾸리는 기획예산실에서의 일상경비 집행에 감사 지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스스로 깊은 반성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읍시는 이러한 감사결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인사에서 각 부서의 서무들 대부분은 승진이라는 달콤함을 안겨줬다는 내부의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앞뒤 안 보고 오로지 부서장의 명령만 따르면 ‘지적받아도 어차피 승진은 한다’는 논리인 게다. 지나온 인사를 살펴보면 실제 몇몇 ‘서무’들은 소리 없는 유력보직 전보나 승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획계산실 등 20개 부서는 2022년부터 2024년 업무추진비 연간 집행계획을 수립하지 않거나 집행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누락했고 특산품 구입 및 지급 관리대장 미작성은 6개부서, 17개 부서는 50만원 이상 업무추진비 집행시 지급대상자 명단을 누락했다.
또 기획예산실 등 25개 부서는 지방자치단체 구매카드 발급 및 사용관리 소홀 등 카드 사용시 사용자 실명 입력누락(12개부서)과 신용카드 사용대금 지연 입금 등을 지적받았다.
일상경비는 부서별 연간 1천 여만원에서 2천 여만원 정도의 작은 예산이지만 분명한 건 이 돈은 모두 ‘혈세’다.
국민의 혈세를 일개 서무들이 제멋대로 사용했던 것이 적발됐다는 얘기인데도 별일 아닌 것처럼 가볍게 웃어넘긴다.
게다가 업무시간에 마트에서 장보던 모 과장의 부서도 서무의 감사 적발은 당연스럽다. 그의 상쾌하고 신나는 장보기 모습은 포털사이트에 영상으로 올리고 싶을 정도다. 이 부서 서무의 지적은 타 부서와 비교할 바도 아니다.
일상경비는 누구를 위해 쓰고 있는가. 누가 최종 결재하는가. 하급직인 이유로 서무의 승진에 도움 되도록 무조건 가점을 줘야 할까. 이런 관행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그동안 감사는 한번이라도 제대로 했었는가.
말이 나온 김에, 그토록 목숨 걸며 말했던 <실효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를 해보자.
매주 이학수 시장이 개최하는 간부회의에 대해 기획예산실에서는 일선 읍면동에서 직원들의 지시사항 전달 및 숙지가 이뤄지는지 매주 확인하고 있다.
그렇게 전달한 지시사항을 전체 공직자들이 과연 몇 명이 단어나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는지, 기획예산실에서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시간을 두고 살펴볼 당위성이 따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읍시장이 집행하는 간부회의도 과연 기획예산실에서 실효성을 따지는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이미 허튼소리하는 팀장들이 적지않다.
시장지시사항이 먹히지 않는 간부회의가 실효성이 없다면 폐쇄를 건의할 건가. 기획예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