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형산불, 집중호우 등 민생에 어려움이 있을 때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상당한 곤혹을 치러야만 했던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폭설피해상황을 살피려 전남피해지역에 이어 정읍을 방문했다.
일정이 늦어져 식당에서 서면으로 상황보고를 받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식탁에 올라온 술병이 화근.
앞서, 당시 현장취재에 임한 기자는 정읍역에서 총리일행을 기다리던 유성엽 시장과 김생기 정무수석, 김춘진 국회의원 등이 폭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찬 총리의 방문에 맞춰 만찬주를 감안한 듯 정읍에서 생산되는 복분자의 품질 향상에 대해 언급했던 점을 기억한다.
일이 터진 후 뒤늦게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정읍시장의 폭설 피해 보고와 총리의 의견이 제시되었던 공식자리인 수성동 C식당에서 올려진 몇 병의 복분자주가 사각모양의 양주와 비슷하게 보인 사진 하나만으로‘이 총리 폭설현장서 양주파티’라는 제하의 기사가 보도되기에 이른 것.
복분자주가 양주로 탈바꿈된 해프닝의 시작은 이랬다.
정읍 한 인터넷매체가 이날 보고와 관련 사진을 사용해 22일 기사를 올렸고 그 후 27일 경 한나라당 이 모 전.국회의원이 대표로 있는 서울 영등포구소재 F인터넷신문이 정읍의 이 매체에 양해를 구한 다음 그 사진을 인용, 이 총리가 폭설 피해현장서 양주 파티를 한 것처럼 제목과 인용한 사진에 제공처 및 설명글을 썼다는 것이다.
심각했던 정읍의 폭설피해에 대해 알지 못한 이들은 사진 한 장으로 소설(?)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한 보도가 나가자 한나라당에서는 즉각 공식논평을 통해 이해찬 총리를 맹비난하고 나섰고 파장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인터넷신문에게 누가 알렸고 누가 항의했는지 3시간여 만에 정정보도의 글이 다시 올려져 양주가 아닌 정읍에서 생산되는 복분자주로 해명됐다.‘아님 말고’식의 모르쇠를 보여준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총리를 한 때나마 곤혹스럽게 만든 해프닝은 정읍시청 홍보실에서 제공한 사진이 화근이 된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정읍시가 제공한 사진으로 인해 총리에게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씌운 모양을 연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문제의 F신문에 사진인용을 허락한 정읍의 해당 매체를 포함해 도내 지방언론과 지역언론 등에 정읍시 홍보팀이 찍은 후 보도용으로 3~5장의 현장사진을 각각 보낸 것이라 해당 부서가 밝혔다.
본지도 받은 사실에서 그 사진들은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 중 한 장이었다.
다만 그중 정읍 모 매체에서는 문제의 사진을 사용했을 뿐이며, 공유차원 이라지만 F신문에 용도 확인도 없이 사진을 제공한 점은 그냥으로 간과될 수 없을 것이다.
해프닝이 있은 후 정읍시 홍보담당에게 물었다. “시에서 홍보용으로 배포하는 사진에 대해 좀 더 신중함을 기해야 하지 않느냐”고.
그나마 피해현장을 직접 파악코자 내려온 총리의 공무수행에 빗댄 본건에 시장을 비롯해 총리실과 상급기관에 경유를 해명했으며 한나라당의 성급함이 빚은 촌극이라 치부를 돌리는 것만으로 웃어넘길 일인지 다시금 시에 묻고 싶다.
옛 말에‘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소한 선이라도 분명해야 가치를 부여받듯 문제를 덮어야만 옳은 일인가
저작권자 © 정읍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