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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목보다는 상생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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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목보다는 상생이 낫다
  • 정읍시사
  • 승인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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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은 전봉준장군의 피체지인 순창군 쌍치면 피노마을에 8억원을 들여 피체의 현장을 재현했고 이를 지난 5월 30일 공개했다. 당시 현장이었던 주막과 초당을 복원하고 전시관과 기념비 등을 세웠다.

그런데 순창군은 비문(碑文)에서 ‘정읍 고부출신 김경천의 밀고’라는 글귀를 다른 글씨보다 더 크고 굵게 새겨, 전봉준장군의 피체지에 건립함으로써 후손들에게 교육적인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이웃이며 동학의 본 고장인 정읍의 시민들을 상대로 ‘도발’하는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정읍시는 준공식 다음 날인 5월 31일 ‘이는 지역 간의 갈등을 조장 할 수 있다’면서 ‘유감’의 뜻을 표하고 ‘즉시 시정해 줄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문을 순창군측에 보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정읍시민과 시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정읍시의회와 (사)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고부면은 각각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한 결과, 규탄문을 발표하고 항의단을 파견키로 했다.

먼저 6월 3일, 김경천의 출생지로 알려진 고부면에서 지역 기관, 단체장 10여명이 모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지역감정을 유발시킬 수 있는 ‘정읍 고부’라고 명기된 사실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키로 결의하고 이에 대한 대응은 조직적으로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정읍시의회도 임시회가 끝난 6월 4일 의원간담회를 통해 규탄문을 작성, 관계기관에 발송키로 의견을 모았다.

6월 8일 정읍 관내 40여 시민단체는 이 문제를 공동대응키로 결의하고 ‘전봉준장군피체지정읍폄하표기시민대책위원회(상임대표 은희태)’를 발족하는 한편 ‘순창군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3개항의 결의를 담은 결의문을 발표하고, 시정을 바라는 탄원서를 전북도 등 관계기관에 발송했다.

또 6월 9일에는 고부대책협의회(상임대표 고영섭)가 구성되어 ‘정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과 ‘순창군 항의방문’을 결의했다.

이와 함께 ‘순창군 사과, 폄하 비문 즉시 삭제, 고부면민에게 사과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규탄성명을 채택해 발표했다. 아울러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16일 정읍대책위와 (사)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이사장 조광환)는 유성엽 정읍시장과 강인형 순창군수 앞으로 공문을 보내 ‘순창군 쌍치면 금성리 피노마을 주민들의 아픈 과거사 조명을 위한 토론회’를 제의했다.

대책위와 계승사업회는 토론제안서에서 ‘순창군의 김경천 표출 의도에 대해 동학농민혁명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토론을 해보자’고 명시했다.

이런 가운데 정읍시는 전북도에 분쟁조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이에 대해 전북도는 3주간의 냉각기를 갖는 동안 화해를 도출해보라는 회신을 해왔다.

이렇듯 정읍시와 대책위 등 관계기관과 시민들의 들끓는 여론속에서도 순창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지난 달 27일 대책위와 계승사업회의 토론회 제안에 대한 회신 성격으로 정읍대책위에 발송한 공문에서 순창군은 “비문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우리 군 추진대책위와 협의 할 것”을 요청한 것이 전부였다.

정읍 대책위는 이에 대해 순창군측에 순창군 대책위원회(위원장 이길영)에 대한 순창군의 전권이양 보증과 즉각적인 만남 등을 재차 요구 했으나 한 동안 2차 회신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정읍대책위는 순창대책위측에 무조건적인 만남을 요구했고, 순창측이 이 제의를 받아들여 지난 13일 오후 7시 순창군 쌍치면 ㅈ식당에서 양 대책위 대표들의 전격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양측은 각각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절차와 함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심중(心中)을 서로 교환했다.

반목에서 만남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솔직하게 전달 됐고 서로 간 심정(心情)이 오갔다.

만남은 이해(理解)를 낳고 이해는 관용과 포용을, 그리고 관용과 포용은 화해(和解)와 상생(相生)의 길을 제시했다.

이 대화를 물꼬로 양 측이 상생의 합의에 이르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합의서 서명을 전제로 2차 합의테이블에 앉은 순창군대책위 대표단은 엉뚱하게도 “순창측의 의견이 밀고자의 출신을 삭제하는데 반대하고 있다”면서 합의서 작성을 거부했다. 결국 합의는 결렬됐다.

두 달 여에 걸친 반목과 질시가 치유될 성 싶었으나 오히려 골만 더 깊게 파놓은 듯한 느낌이다. 장마도 그쳤는데 순창군은 아직 해를 볼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순창군민과 관계자들이 ‘반목보다는 상생이 낫다’는 사실을 빨리 깨우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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