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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전상서] 누가 모차르트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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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전상서] 누가 모차르트를 아는가
  • 정읍시사
  • 승인 2005.08.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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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빗속에 이사는 잘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완공이 된 것은 아니지만 이사는 연쇄적이어서 할 수 없이 이사 먼저 하고 공사를 마무리해야 할까보다.”라면서 걱정하던 선배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사 날 또 비가 내리니 참 걱정이 됩니다. 마음으로 무사히 이사를 마쳤기를 빌어봅니다.

이 곳 정읍도 최근 70년 만의 물난리로 많은 시민들이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제방이 터지고, 배수의 미흡으로,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에서는 오늘도 농민과 공무원, 그리고 군인들과 자원봉사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 2일 저녁 무렵부터 비치기 시작했던 빗방울이 새벽녘엔 그예 굵은 장대비가 되어 정읍시 전역을 휩쓸었습니다.

신태인의 최고 380mm를 비롯해 평균 200mm가 넘는 물줄기를 쏟아 부었습니다.

막대한 재산손실과 이재민을 만들어 냈습니다.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이 애를 태웠습니다.

예기치 못했던 국지성 호우는 또 정읍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수준 높은(?) 음악회도 방해 했습니다.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내장산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열리기로 계획된 ‘제1회 정읍내장산 예인썸머인터내셔널 뮤직페스티발’은 공연 첫 날인 2일 복병(伏兵) 비를 만나 겨우 30여분에 걸친 내용의 음악회로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계속된 비로 인해 음악회는 장소를 예술회관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졸지에 ‘제1회 정읍사예술회관 예인여름국제음악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교장 이봉기)가 주최하고 정읍시와 전국예술고교장단이 후원한 이번 음악회는 국내외의 세계적인 전문 연주인과 오스트리아 모짜르테움 등 저명 대학의 교수진 그리고 음악캠프에 참가하는 많은 학생들이 출연하는 대규모 음악회로 구성됐습니다.

특히 내장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여름을 배경으로 음악회를 연다는 사실이 무척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푸르름과 음악’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려 했던 의도는 비로 인해 산산이 깨져버렸습니다. 당연히 주최 측은 실망이 컸습니다. 시민들이야 더 말 할 것도 없었구요.

당초 여름 내장산의 아름다운 정취를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과 함께 알리려던 정읍시로서도 소기의 목적이 틀어져 버린 것입니다. 시민들도 그림 같은 음악회를 상상했겠지만 역시 뜻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일주일 동안의 연주회가 결코 떨어지는 연주회가 아니었다는 데서, 그리고 시민들은 그런 격조 높은 연주를 이곳 정읍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연주회 5일 째인 지난 6일, 연주회 참가 교수진들의 연주는 ‘깨끗한 물로 귀를 씻어 주는듯한 느낌’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 했습니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한국의 세계적인 ‘서울 바로크 합주단(리더 김 민)’이 음악회를 찾아 격조를 더 했습니다.

사회자도 여러 번 강조했듯이 바로크합주단은 올해만 해도 이미 40여회의 국내외 공연을 갖은바 있는 세계적인 합주단입니다. 가을에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와의 조인트 콘서트 계획도 가지고 있구요.

한 가지 아쉬웠던 사실(무식하게도)은 연주곡의 중간 중간에 설명이 없어 기본적인 예습(?)이 없었던 저로서는 곡명과 곡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이 교장께서 설명하기를 ‘곡의 중간에 설명을 하는 일은 음악회의 분위기를 깨는 무식한 행동’이라더군요.

다시 설명하기를 “음악은 음악 그대로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지, 이 곡은 슬프고-저 곡은 기쁘다 등의 설명은 청중들로 하여금 선입관을 갖게 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랍니다. 듣고 보니 그렇더군요. 어쨌든 내년이 기대됩니다.

7일간의 짧은 여행이 끝나고, 내년엔 ‘내장의 녹음과 어우러진 훌륭한 음악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이 벌써부터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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