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방문자수 : 0명
UPDATED. 2024-04-24 04:33 (수)
친일 작가 김경승과 전봉준 장군 동상
상태바
친일 작가 김경승과 전봉준 장군 동상
  • 정읍시사
  • 승인 2005.09.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980년 전두환 정권은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는 지역 민간단체인 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이하 사업회)의 활동이 부도덕한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질까 우려하여 사업회를 강제 해체시켰다. 1894년 4월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된 최초의 전투지이자 농민군 승전지인 황토현 일대에 사업회에서 추진하고 있었던 동학공원 조성과 기념행사를 관에서 대신 추진한다는 구실로 말이다. 그 후 1983년부터 준공된 황토현유적지정비사업은 민을 배제한 철저한 관의 입장과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그렇게 건립된 기념관의 중심 시설물은 전봉준 장군 동상이다. 동상은 높은 화강암 받침대 위에 짙은 청동색으로 우뚝 서 있는데 전봉준 장군 동상 머리는'압송당하는 전봉준'으로 알려진 사진을 모델로 하여 만들었기에 맨상투로 표현이 되어 죄수의 모습인데 반하여 몸체는 백산에서 격문을 낭독하는 농민군 지도자의 모습으로 그동안 많은 논란거리가 되었었다.

시대의 아픔을 농민들과 함께 한 전봉준 장군과 무명 농민군들의 군상을 조각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그 뒤에 병풍처럼 둘러싼 벽면에 새겨진 농민군 부조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부조된 농민군 모습 어디에도 죽창과 농기구를 무기로 들고 목숨 걸고 싸움터로 나가는 비장한 표정은커녕 마치 도시락 싸들고 어디 나들이 가는 듯한 모습이다.

이렇듯 역사의식을 찾아볼 수 없고 손재주만 남아 있는 이 작품에 대한 의구심은 동상 받침대 뒤쪽을 보면 쉽게 풀린다. 여기에는 시행청이‘전라북도’이고, 조각한 사람이 김경승(金景承)이며, 1987년 10월 1일 완공했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김경승은 최근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명단엔 들어있는 대표적인 친일작가이다. 그는 이순신 동상, 안중근 의사상, 김구 선생상, 안창호 선생 동상 등 구국인사들의 동상을 도맡아 만들었으며, 4.19 혁명 때 무너진 이승만 동상과 최근 철거논란을 빚고 있는 인천의 맥아더 동상, 또 같은, 친일인사로 규정된 김성수, 김활란 동상 등을 만든 인물이다.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본 사업회(1995년 민간주도로 재건)와 뜻있는 인사들이 그간 동상을 철거 또는 재배치하여 또 다른 역사의 교훈으로 삼자는 주장을 여러 번 했었으나 그때마다 행정당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물론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광화문의 현판이나 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 같은 것까지도 논란이 되는 수준이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논란만 거듭해야 할 것인가? 이번 기회에 전국에 산재한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학계의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 땅에서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끝으로 잘못된 역사는 언젠가 바로잡히게 되어있다는 교훈을 새로 인식시켜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인사들의 용기와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사)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 조 광 환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