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30대 중반에 접어든 필자가 논하기에 짐짓 시간적 거리감이 커 보이는 얘기다.
하지만 태어나고(生), 늙고(老), 병들고(病), 죽는(死) 문제는 이 땅에 태어나 숨을 쉬고 사는 모든 생명체에게 예외 없는 문제이고 나에게도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언젠가는 맞닥트려야 하는 문제이기에 어렵게 용기를 내어 글을 쓰고자 한다.
또한 필자가 업으로 삼고 있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밝혀둔다.
우리는 누구나 어머니의 뱃속에서 열 달간 세상에 나갈 준비를 했고 그 지독한 산고(産苦)를 이겨낸 어머니의 노력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탯줄이 잘라지고 첫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바로 이 험한 세상에서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서 재워주며 아이가 온전히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갖추는 순간까지, 또는 그 이후까지도, 모든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는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신체적으로 독립된 개체로 성장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발달’이라고 한다. 종일 누워서만 지내던 아이가 손발을 흔들고, 목을 가누고, 엎드리고, 기고, 일어서고, 걷고, 뛰고 등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발달은 조직의 크기와 기능의 성장을 의미하며 인간에 있어서는 대략 20-25세 정도에 정점에 이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면 그 이후부터는?
25세가 넘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적, 정신적, 신체적 기능은 점점 쇠퇴하게 된다. 이른바 노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던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마치 하늘로 높이 던져진 공처럼 언제까지고 날아오를 것 같은 때가 있지만 정점에 다다른 이후에는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듯이 우리들도 막 태어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점점 뛰기 힘들어지고, 걷기 힘들어지고, 기어 다니다가, 자리에 눕게 된다. 옷 갈아입기, 씻기, 대소변가리기, 그리고 먹는 것 까지 주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다. 운 좋게(?) 다른 병이나 사고를 당하지 않고 신체 건강하게 나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위의 상황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몇 편의 글을 통해 노화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