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타리는 싸리나무와 산죽이 둘러 주는
두메산골의 외딴집
뜰에 한 백년쯤 용튼 감나무
빨간 감 성탄절 추리처럼
주저리 주저리 열린 감나무 밑에서
할머니 하얀 수건을 쓰고
까맣게 탄 부지깽이로 가을 한나절 깨를 털고 있다
여름 집중폭우가 논농사 매몰시키고
비탈진 밭 고추도 병이 들어
된서리 맞은 풀처럼 허옇게
허옇게 말라죽어 버리니
아들은 하늘을 원망하여
매일 주막에서 술타령이고
철은 늦어 심을 것 없어 들깨 뿌렸더니
감사해라, 그래도 열매가 익어
손자의 학비나 할까 하고
부지깽이 들고 깨를 턴단다
농촌의 가난을 턴다.
놀이 적시는 산골에선
먼저 간 할아버지 혼령인가
산비둘기 구슬피 울어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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