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읍소재 봉암(峰巖) 김병학 시인이 12번째 시집 ⌜왼쪽 날개 부러진 새⌟을 출판했다.
152페이지 분량의 시집은 제1부 「마을로 내려온 진달래 웃음소리」 제2부 「가슴에서 피어나는 꽃」 제3부 「가슴팍 헤집는 소쩍새 소리」 제4부 「허공에 가슴을 묻고」 제5부 「살얼음 짜대는 강물」 제6부 「저녁 하늘 태우는 노을」 제7부 「까치 소리 돌담을 넘고」 제8부 「수필」로 펴냈다.
김병학 시인은 머리말에서 “73살 때 신장암에 걸려서 서울대병원 곽철 교수의 집도로 왼쪽 신장을 떼어 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때부터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은 반쪽 불구의 몸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친구도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결국에는 외딴섬이 되고 말았다. 하늘께서 덤으로 준 세월을 쪼아먹은 왼쪽 날개 부러진 새가 되고 만 것”이라고 소회했다.
또 그는 국어국문학박사이자 문학평론가이며 대학교수인 이어령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저서에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말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와 공자의 말들을 인용, “글을 쓰다가 글 위에서 쓰러질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날마다 부지런히 글을 쓰다가 죽어서야 끝이 날 것이다. 덤으로 준 목숨의 세월이 몇 가닥이 되는 줄은 모르겠지만 왼쪽 날개 부러진 새의 몸으로 세월을 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간의 희로애락의 불꽃을 진솔하게 엮어서 여기 오시는 이에게 바친다”고 작업의 지속성을 밝혔다.
김병학 시인은 말미에 “주워서 갈고 닦아 둥글고 반들반들한 조약돌을 만드는 외롭고 힘들고 고달픈 작업”이라면서도 “바쁜 세상에 또 시집을 보내서 시간만 축내드리는 것이 아닌지 미안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슬그머니 내밀어 보았다”며 피력했다.
한편 김 작가는 2020년도에는 정읍시 입암면 고향을 소재로 한 시집 제10집 「갓바위 2」를 출판해 400권을 고향을 지키는 면민들에게 기증하기도 한 애향 작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