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과거 우리에게 익숙했던 정읍지역 관공서에서의 슬로건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슬로건이나 안내멘트를 하는 관공서나 공무원들을 보기 어렵다. 왜일까.
대신 일선 읍면동을 가보면 “무슨일 때문에 오셨어요?”가 초입에 앉아 있던 직원의 목소리가 차갑게 민원인을 접한다.
친절 서비스에 대한 일부 정읍시의 모습이다.
몇 차례 본지에서 지적했던 사항이지만 인근 전북도청이나 고창, 부안군의 관공서 직원들은 아직도 “무엇을 도와드릴지” 민원인에게 이 인사말을 쓰고 있다. 정읍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심지어 전북도청의 경우 한 사람의 민원인이 청사 밖으로 나갈 때까지 “더 필요하신 게 없으신가요?”라고 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이다. 정읍시에선 왜 볼 수 없는지 궁금한 일이다.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필요한 민원을 위해 달려간 시민에게 ‘무엇을 도와줄지’를 묻는 것과 ‘당신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를 묻는 <멘트의 결>은 많은 차이가 있다.
민선8기 정읍시는 ‘시민 중심, 으뜸 정읍’을 내걸고 있다.
시민이 중심되고 시민 위주로 행정을 폄으로써 타지역에 으뜸가는 정읍을 만들겠다는 이학수 시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지금 정읍시는 과연 시민 중심의 행정 행태일까.
근래, 어떤 면의 경우 팀장 정도의 간부급이 사무실에서 민원인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개인적 통화를 서슴없이 하는 모습을 보이고 또 다른 면.동의 경우는 취미생활 같은 개인 일정을 잡는데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자유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공서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그 정도는 배려해도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는 자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무실의 경우 사적 대화는 잠시 밖으로 나가서 하는 게 옳다.
민원인에 대한 서비스를 최우선 했다면 응대에 신경을 썼어야 마땅하다. 여기에 해당 읍면동장의 자세는 또 어떤가.
이런 모습들이 계속된다면 정읍시 일선 읍면동의 대민 서비스의 현주소가 민선 8기 ‘시민 중심’으로 실천하고 있는지 의문마저 든다.
읍면동은 정읍시장의 지침에 따라 최일선 행정을 실행하는 곳이다. 다시 말해 시장을 대신해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란 뜻이다.
특히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본청에서 근무하다가 나간 간부의 경우 읍면동 직원들의 자세는 유독 민원인의 눈에 띌 정도다.
정읍시는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나섰다.
시민 행정수요가 증가하고 다양해지는 가운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직자 대상 찾아가는 맞춤형 친절교육을 진행했다는 것.
시에 따르면 이 교육은 공직자들의 대민행정 친절마인드 역량을 강화해 시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시민이 만족하는 ‘시민 중심, 으뜸 정읍’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엇보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민원 응대 기술과 민원 처리 과정에서의 현장 대응능력을 강화해 맞춤형 민원 행정을 구현하고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교육은 정읍시청 신규·민원 접점 공무원과 읍·면·동 직원들을 대상으로 총 28회에 걸쳐 진행됐다고도 전했다.
전문 강사가 직원들의 민원 응대 태도와 말투 등을 직접 현장 모니터링한 후 민원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논하고, 다양한 친절·불친절 사례를 공유했다.
시민이 원하는 친절 민원서비스 응대 기법을 통해 시민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고객 위주의 공감하는 행정서비스 제공하고 민원인과의 소통·공감 방법, 전화민원 응대 요령, 불만 민원 응대 방법 등 민원인과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요령도 습득했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시설물 배치와 주변 환경 등의 점검을 통해 민원인이 청사에 방문했을 때 더욱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현장 코칭도 함께 진행했다.
하지만 본청 지원부서에서 수십차례 읍면동 직원들의 현장코칭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민서비스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행정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공염불’이 된다.
이제 민선 8기도 불과 몇 달 후면 1년을 맞게 된다.
정읍의 관문인 정읍IC 로터리 앞에는 민선 7기 주창했던 ‘향기공화국’이 탐방객들을 맞고 있다. 일선 모 동사무소의 경우에도 애써 치적하려 했던 보랏빛 향기도시를 알리는 대형액자가 벽면에 부착돼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도 대민서비스일까.
이학수 시장이 정읍 전역에 부착한 전임시장의 ‘향기공화국’ 홍보물을 일시에 없애는 게 쓸데없는 예산 낭비라서 시간을 두고 변경하자는 지시사항이었다고는 하지만 정읍IC 앞은 무사안일한 대처로 지적받고 있다.
일선 읍면동 수십 명의 직원 중 단 한 명이라도 찾아오는 민원인을 맞으며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친절한 ‘시민 중심’의 정읍시 행정이 과연 가능할까.
누차 얘기했지만, 읍면동은 특정 공무원들 요양하는 곳이 아니다. 직책 고하를 떠나 일하기 싫은 직원이 있으면 총무과 대기실도 있다.
왜 정읍시 총무부서는 활용하지 않을까. 민선 8기 정읍시가 자신과 맞지 않는 직원이라면 타지로 교류도 할 수 있다. 자유롭게 스스로 근무하도록 보내는게 현명하다.
이쯤되니 민선8기 이학수 정읍시장이 지시한 사항들이 이런 일선에서 어찌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