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 화룡리 농가 주변 9개소 닭.오리 52만5천마리 살 처분
고부면 살 처분 작업 여 공무원, 탈진으로 병원 이송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를 보이는 와중에 지난 17일 정읍시 소성면 화룡리 종닭농장이 고병원성으로 확인되면서 정읍이 또다시 바이러스 전쟁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소성의 이 농장 2만2000여수에 대한 살 처분에 수백의 공무원들이 투입됐고 곧바로 방역당국으로부터 3㎞이내 살 처분 지시가 이어지자, 지난 19일(토) 오전 9시 휴일을 반납하고 정읍시 전 청원이 동원됐다.
이날 살 처분에 투입된 인력은 총 435명으로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투입된 인력의 배를 넘는 규모이며 향후 임산부나 부적격자를 빼면 남녀 구분없이 신규 투입 대상자가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은 이날 이동 통제와 더불어 반경 3㎞(위험지역)안 9개 농가의 닭과 오리 52만5천마리를 모두 살 처분 시켰으며, 이는 AI발생 이래 현재까지 처분한 46만여수보다 훨씬 많은 양에 해당한다.
이처럼 방만한 분량에 가용인원을 집중 투입하다보니 여직원들도 예외없이 동원돼 전체 동원된 공무원의 20~30%를 차지했다.
강 광 시장은 이날 오전 실내체육관을 들러 “오늘 방역과 살 처분을 위해 실국장부터 말단직원까지 총동원했다"며 "우리 지역일은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백명의 장사진을 이뤘던 실내체육관에서 방역복과 마스크, 장화.장갑 등 방역장비 한 꾸러미를 들고 현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 정읍시 공무원들의 표정에는 결연함과 뿌듯함이 넘쳐보였다.
이날 정읍시 전 공무원들의 현장 투입과 달리 방역당국의 인력 배치에 볼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인근 김제의 경우 총 동원인력 1,006명 가운데 공무원은 210명뿐이고 나머지는 군인 456명, 경찰 200명, 유관기관 140명 등이 지원돼 정읍시의 행정공무원 전량 투입에 비교되고 있어 불합리함이 도출됐다.
그나마 이날 순창에 투입된 200명의 병력이 현지 작업을 마치고 정읍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정읍시가 오전에 투입되지 않으면 오히려 작업에 차질을 준다는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입시 인력 배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 중 낮 12시30분경 고부면 신중리 김모씨의 양계장에서 살 처분 작업을 하던 신태인읍사무소 소속 조모씨(40.여)가 계사 내에서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에 호송한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읍시청 공무원들의 목숨을 내건 그들의 노고는 시민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져야 마땅했다.
AI여파는 컸다. 확산 현상을 보일수록 모든 음식점을 비롯한 관련업계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최근 개업한 오리취급 식당들은 소비심리의 위축과 더불어 도산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발생지역이 정읍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소비자들이 닭과 오리, 계란 등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례로 대형할인 유통업체와 배달업체, 식당가에 따르면 AI가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발길이 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업계 매출이 무려 50%이상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치킨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예전 매상의 절반도 못돼 시내지역 상점주들의 민생고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수성동 한 치킨 대표는 “이동경로와 감염 증세 등에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며 “시정을 이끄시는 분들이 막연히 끓여 먹는 삼계탕을 모습으로 홍보만을 이루는 것은 소극적인 전시행정이고 90도 이상 익히게 되면 안전하다는 의미를 시내에서 업주대표들과 행정이 함께 무료 시식행사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축산 관계자는 “가축이 살처분된 피해농가에 대해 긴급 생계비 지원과 가축입식자금 지원, 축산물 이동제한 지역 및 대상이 된 농가에 대해서는 입식제한 등에 따른 소득감소분의 일부 지원, 살처분 보상금 발생전 시가보상, 정부수매 검토, 정책자금 상환연장 및 이자감면 등 피해농가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모색하여 신속한 지원으로 축산 농가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